[루키=서울, 김영현 기자] 스페인에서 경험을 쌓고 온 ‘유망주’ 양재민(200cm, F)이 더 발전하기 위해 좀 더 큰 무대인 미국대학농구를 경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양재민이 오랜만에 경복고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10일 양정고등학교에서 열린 2017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권역별대회 예선 양정고와의 경기에서 23분 동안 14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긴 시간 뛰지 않았을 뿐더러 원 포지션인 스윙맨으로 뛴 게 아니어서 이날 경기를 정확히 평가하긴 어려웠지만, 같이 뛰는 고교생들과 실력 차가 크다는 건 확실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수라면 어느 시점에나 잘해야 하는 게 맞지만, 완전한 경기력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2017 FIBA U19 농구월드컵 남자대표팀에 선발돼 현재 2주가량 대표팀 훈련 중인데, 소속팀 경기 출전 차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원하는 역할이 달라, 경기 중에도 혼돈이 온다고.

그는 “기존에 애들(경복고)끼리 맞춰온 플레이가 있는데, 제가 들어와서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은 제가 하는 플레이에 10분의 1도 하지 않았고, 전혀 다른 농구를 한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해야 할 것들을 나눠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대표팀과 소속팀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스페인에서의 경험은 너무 먼 옛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그는 2016년 9월 도전정신 하나로 스페인으로 진출해 친선 토너먼트와 마드리드 주니어 리그 등을 뛰며 약 8개월 동안 다른 리그를 경험하고 왔다.

스페인리그를 뛰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인기를 중시하는 훈련방식’에 있었다.

그는 “감독, 코치님들이 개인기를 훈련하게 시간을 할애해주고, 그 부분을 강하게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국내에는 볼 없이 하는 훈련이 많은데, (스페인에서는) 훈련 시작부터 끝까지 볼을 가지고 개인기와 팀 조직력을 다질 수 있게 한다. 일대일, 이대이, 오대오 등 모든 전술 훈련을 볼을 가지고 계속한다. 볼 없이 하는 체력훈련은 거의 안 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서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우며 많은 걸 느끼면서 좀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현재 경복고 3학년인 그는 향후 국내 대학이 아닌, 미국대학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고.

미국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SAT(미국대학 입학 자격시험)를 통과해야 하고, 입학을 한다해도 학업을 병행하며 성적관리까지 해야 하므로 현실적인 벽도 높다. 양재민의 부친인 양원준 WKBL 사무총장은 이런 이유 등으로 아들이 국내 대학에 먼저 진학한 후 미국 진출을 타진하기를 바라고 있다. 꿈에 대한 확신이 큰 아들은 아버지를 계속 설득 중이다.

그는 “아버지도 제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시고, 저도 아버지 뜻을 알고 있다. 그래도 제 뜻은 바뀌지 않을 거니까 아버지가 바꾸실 때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구체적인 이유도 함께 알렸다. 

그는 “국내에서는 제 키가 큰 편이어서 무조건 인사이드에서 농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매치업 상대가 나보다 작으니 그게 맞고, 확률도 높다. 하지만 원래 제 스타일은 스윙맨이고, 자칫 인사이드만 하다가 프로에 가서 무조건 외국인 선수한테 주는 농구만 하게 될 것 같아서 힘들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면서 배우고 싶어서 미국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소신 있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어떻게 보면 현재 그의 기량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경우,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농구할 수 있다. 또 이미 스페인에서 언어의 장벽 등 타지생활의 어려움도 느껴봤다.

그런데도 그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 의사를 밝혔다. 도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해 현실에 안주하는 이가 많은 실정인데, 향후 한국농구를 이끌어가야 할 유망주가 농구에 계속 욕심을 낸다는 게 희망적이었다.

사진 =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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