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김영현 기자] “(심)영도야 그렇지! 지금처럼 여유 있게 해!”

모교 명지고에 부임한 김동우(37) 코치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명지고는 10일 서울 양정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17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권역별대회 예선 인헌고와의 경기에서 92-75로 크게 이기며, 2패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과의 경기이긴 했으나, 속공 연결 등 조직력 면에서 상대보다 앞섰다.

벤치에는 매우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현역 시절 ‘장신 슈터’로 불리던 김동우가 코치로 부임해 있었다. 

김 코치는 2003-2004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모비스에서 뛰며, 팀의 두 차례 우승에 이바지했고, 2014-2015시즌에는 삼성 소속으로 특유의 3점 뱅크슛으로 버저비터를 성공시켜 팀의 연패를 끊기도 했다. 명장면을 남긴 후 2015년 코트를 떠났다.

이후 인헌고 코치를 맡았고, 모교 명지고 코치로 부임한지는 한 달 가량 되었다. 아직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만큼 선수들의 장, 단점을 파악해가며 팀의 기틀을 맞춰가는 중이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아직 뭘 잘하고 또 못하는지 모르고 있더라. 예를 들어, 속공 상황에서 실수를 해버리면, 5명이 수비를 해보기도 전에 한 골을 먹게 된다. 그러면 한 번에 4점씩 잃게 되는 것이지 않나. 선수들이 그런 소중함을 알고 공격이나 수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은 모르고 있다. 그런 것들을 선수들에게 인지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약속을 지키는 농구’다. 규칙만을 중요시한다기보다, 자유롭게 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고 방관하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배우는 단계인 만큼 공격과 수비에서 팀이 정한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고 방관하는 것과는 다르다. 약속을 지키다 보면 그 과정에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 아직 아마추어 무대에 있는 선수들인 만큼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 코치는 “학생답게 농구해야 한다. 선수들이 NBA(미국프로농구)를 보고 멋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 아직 그런 걸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데, 멋진 것만 하려고 해선 안 된다. 농구가 그게 먼저가 아닌데, 아무래도 학생들이다 보니까 멋진 것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왜 기본이 돼야 하는지 이해시키는 중인데, 다들 착해서 빨리 받아들인다”고 했다.

경기 중에 심영도(178cm, G)가 골밑에서 A패스를 건네자 칭찬했고, 상대가 자유투를 던지는 상황에서 박스아웃을 하지 못해 재차 자유투를 내줬을 때는 질책보다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침착히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성격에 따라 지도 방식을 달리한다. 영도는 자신이 실수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 또 많이 다치고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여서 여유 있게 농구하지 못하고 열심히만 한다. 농구가 계속 강하게만 해서 되는 게 아닌데 강하게만 하더라. 오늘은 강약 조절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자기가 잘한 건 알려줘야 다음에도 하니까 따로 말해줬다”고 했다.

김 코치의 지도관이 입혀진 명지고의 앞 날이 더욱 궁금해진다.

사진 =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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