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2016 NBA 파이널 우승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7경기 동안 철저히 느린 흐름을 활용했다. 평균 경기 페이스가 95.38이었다. 2대2 게임을 통해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만들고,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 등으로 완벽한 공격 기회를 노렸다. 공격 제한시간을 풍부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파이널에서는 경기 페이스가 104.75까지 치솟았다. 인바운드 패스 이후 계속 달리고 있다. 상대가 수비 진영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클리블랜드는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과연 이러한 흐름을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작년과 같이 느린 농구를 펼쳐야 할까.
 
느린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르브론 제임스는 "빠른 농구가 클리블랜드 스타일이다"라고 자신감을 밝혔다. 그러나 빨라도 너무 빠르다. 르브론은 NBA 데뷔 이후 가장 빠른 농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ESPN에 의하면 파이널 1~2차전은 르브론의 통산 플레이오프 역사상 가장 빠른 경기 페이스 각각 1위와 2위였다고 했다. 이렇게 빠른 농구를 펼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상대가 자리 잡기 전에 공격을 펼치는 클리블랜드 전략은 좋다. 그러나 르브론은 현재 쉴 새 없이 뛰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쏟는 힘이 많다. 지난 3차전에는 46분이나 뛰었다. 아무리 강철 체력의 소유자 르브론이라도 경기 막판에 가면 지친다. 
 
이는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르브론은 이번 2017 파이널 4쿼터에서 총 11점 FG 4/1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케빈 듀란트는 31점 FG 10/15을 기록 중이다. 출전 시간 관리를 한 선수와 하지 않은 선수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팀 생산성도 떨어졌다. 클리블랜드의 4쿼터 공수 효율성 마진은 -21.7점. 공격과 수비 모두 되지 않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결과적으로 1~3쿼터에 따라붙어도 막판에 뒷심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빅3 의존도가 높고, 벤치진의 활약이 없는 상황에서 클리블랜드의 달리는 농구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골든스테이트는 속공 농구가 장기다. 이를 막기 위해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파이널에서 느린 흐름을 유지했다. 자연스레 골든스테이트 템포도 다운되었고, 속공 농구를 펼치는 횟수가 줄었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7경기 평균 속공 득점에서 16.4-9.4로 압도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두 팀 모두 달리는 농구를 펼치고 있다. 클리블랜드보다 잘 달리는 골든스테이트가 속공 득점에서 27.3-17.3로 무려 10점을 리드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부터 속공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파이널 들어 완벽해질 수 없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 당시 트랜지션 야투 허용률 리그 27위(56.3%)를 기록했다. 상대가 트랜지션 공격을 시도하면 2번 중 1번은 득점을 허용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수비 조직력은 괜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16팀 중 야투 허용률 11위(53.5%)를 기록하고 있다. 떨어진 수비 조직력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속공을 막다 보니 실점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템포를 다운시켜야 한다. 아예 속공 기회 자체를 주지 않으면 손쉽게 내주는 득점도 막을 수 있다. 지난 2016 파이널의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빠른 농구를 펼치면 안 되는 이유는 지난 3차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클리블랜드는 전반전까지 경기 페이스 112.44로 달리는 농구를 펼쳤다. 이를 통해 전반전 61-67로 쫓아갔다. 이후 3쿼터 들어 33-22로 11점 리드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속도를 낮춘 결과였다. 실제로 클리블랜드의 후반전 경기 페이스는 94.71였다. 작년 파이널(95.38) 수준으로 흐름을 낮춘 결과 생산성이 향상됐다. 터프한 수비, 활발한 움직임, 카이리 어빙의 개인기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속공 단속도 됐다. 전반전 속공 득점 8-11로 밀린 클리블랜드는 3쿼터에 5-2로 앞섰다. 4쿼터는 13-13으로 동률을 이뤘다. 전반과 후반의 컨셉을 완벽히 바꾼 클리블랜드가 유리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클리블랜드가 빠른 농구를 펼치면 안 된다고 한다. 클리블랜드 출신의 앤트완 카는 "골든스테이트는 훌륭한 팀이다. 공수 양면에서 정말 뛰어나다. 다재다능한 선수들도 많다"라며 "개인적으로 클리블랜드는 빠른 농구를 펼치면 안 된다. 그들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빠른 공격을 펼치면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오히려 압박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의 스카우터도 ESPN을 통해 "클리블랜드는 빠른 농구를 펼치면 안 된다. 다른 길이 필요하다. 빠른 농구는 골든스테이트가 좋아하는 농구다. 골든스테이트 덫에 걸린 거다"라고 말했다. 상대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클리블랜드는 벼랑 끝에 몰렸다. 마지막 4차전에 모든 힘을 쏟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단 타이론 루 감독은 주전 라인업의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몇 가지 부분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 경기 페이스 조절도 하나가 될 수 있다. 지난 3차전처럼 전반과 후반의 컨셉을 바꿔 경기를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다. 과연 클리블랜드는 오는 4차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스윕패를 막기 위한 클리블랜드의 노력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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