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0일 전인 2022년 12월 24일, 부천에서 열린 하나원큐와 BNK의 경기에서 꼴찌 하나원큐가 역시나 56-74로 대패한 날이었다. 그러나 이 패배가 평소보다 좀 더 특별했던 건, 이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여서만은 아니었다. 바로 신인 박소희의 기록 때문이었다.박소희는 이날 커리어하이 27득점을 기록했는데, 무려 28개의 야투를 시도해 19개를 놓쳤다. 이 19개 야투 실패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여전히 리그 1위 기록으로 남아있다. “다 올아웃해, 나와. 너(박소희)가 1대1해. 여기서 쏘든, 싸워서 파울을 만들어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Offense sells Tickets, Defense wins Championship)”1913년에 태어난 폴 브라이언트 미식축구 감독이 남긴 오래된 격언으로,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마치 성경 구절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신한은행의 포워드 유망주 이다연은 이런 통념으로부터 감독을 시험에 들게 하는 선수다. 얼마 전 은퇴한 베테랑 3&D 한채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기회를 받고 있지만, 아쉬운 수비 집중력으로 번번이 매치업을 놓치며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기 일쑤인 선수. 하지만 신장에
11월 6일 용인체육관의 원정팀 라커룸은 싸늘했다. 만년 꼴찌였던 하나원큐가 ‘무려’ 개막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그러나 원정팀은 종료 3초를 남기고 그 기회를 허공에 날리고 온 참이었다.“그 경기에서 이기면 ‘아 올시즌 뭔가 될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양인영이 그날을 회상했다. “(김)정은 언니가 코트 위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저희를 불러 얘기했어요. ‘얘들아. 꼭 이겨야 돼.’ 그렇게 피를 흘리면서 꼭 이기라고 하면서 나갔는데, 40초를 못 버티고 지고 라커룸에 들어가니까… 언니를 볼 면목이 없
“현대 농구에 뒤처진 한국농구…”, “멈춰 있는 한국농구…”, “라건아에 의존하는 구식 농구의 실패…”한국 남자농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저 성적인 7위에 그치면서 뉴스 꼭지를 관통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구식 농구 그리고 현대 농구.그럼 구식 농구로 실패한 한국농구가 지향해야 할 그 현대 농구란 뭘까? 3점슛을 많이 던지는 농구? 공간을 넓게 쓰는 농구? 빨리 달리는 농구? 아마 농구인 100명에게 물으면 100개의 대답이 나올 정답이 없는 질문.그만큼 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오히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데, 기자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인 2021년 1월, 인천 도원체육관에는 있는 관중들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피를 말리는 시소 게임 혈투.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4.8초 73-71 신한은행의 리드. 우리은행 선수단이 마지막 작전타임을 위해 모였다.“(홍)보람이 지금 누가 막고 있어?” 위성우 감독이 작전판을 들며 말했다.“유승희요.”홍보람의 대답을 들은 위 감독이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보람이가 잡아 줘야 돼. 소니아는 (반대쪽으로) 가. 왜냐면 (김)단비가 (공을) 못 잡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 나
[루키=원석연 기자] ‘재즈 마스터(The Jazz Master).’마이클 조던의 평화로운 치세가 이어지던 1997년 3월이었다.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재키 맥뮬런 기자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다.그가 던진 돌의 이름은 라는 제목의 기사로, 맥뮬런 기자는 유타 재즈의 ‘우편배달부’ 칼 말론의 꾸준함을 찬양하며 그가 MVP 투표에서 지금보다 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였다. 인쇄 매체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던 시절로, 맥뮬런 기자의 는 호수에
[루키=원석연 기자] “뉴욕이요? 다 알잖아요. 거긴 빅마켓이에요.”애틀랜타 호크스의 네이트 맥밀란 감독이 뉴욕과 결전을 앞두고 말했다. “뉴욕에는 엄청나게 많은 팬이 있고, 그들은 지난 몇 년간 플레이오프에 못 올라갔어요. 우리는 아마 원하는 대로 콜을 받기 힘들 거예요. 리그는 뉴욕을 원합니다.”맥밀란 감독은 이 발언으로 2만 5천 달러, 한국 돈으로 3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뉴욕 닉스. 2013년 이후로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구단. 그러나 6년 연속 포브스 선정 NBA 구단
[루키=원석연 기자] 저 멀리 미국에서 구단의 운영은 보통 GM(General Manager, 단장)의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 프로 농구단에서 단장의 포지션은 주로 결재자다. 트레이드나 드래프트 등 전반적인 실무는 대부분 사무국장이 담당한다.대한민국에서 단 6개뿐인 여자농구단 사무국장의 자리. 시즌이 한창 진행되는 겨울이 감독의 시간이라면, 시즌이 끝나고 날이 더워지는 비시즌은 이제 국장의 시간이다. 그들의 시간이 되면, 6명 국장 사이에는 많은 전화가 오간다. 이 글을 읽는 팬이라면 누구나 몰래 엿듣고 싶을 트레이드에 대한
[루키=원석연 기자] “우리는 사냥꾼이었습니다.”“사냥꾼이었던 우리는 지난 5~6년간 사냥꾼에서 사냥감이 됐죠. 그게 뭐였든 말입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리그 전체 1, 2위인 유타와 피닉스로 이어지는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뒤 드레이먼드 그린이 말했다. “저는 그걸 둘 다 경험해봤는데요. 아무래도 당하는 쪽보단 사냥을 하는 쪽이 더 재밌더군요.”정규시즌 70번째 경기 상대로 피닉스를 맞은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122-116으로 승리했다. 4연승이자 최근 18경기에서 13번째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단독 8위를 사수한 골든스테이
[루키=원석연 기자] 지난 27일 아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하면서, 용인 삼성생명은 벼랑 끝에 몰렸다. 1일 열리는 2차전마저 패배한다면 삼성생명의 올 시즌은 끝이 날 운명이었다.시즌이 끝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의 선수들에게는 긴 여정을 치른 뒤 따르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될 테다. FA를 앞둔 윤예빈, 김단비, 배혜윤 등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또 여기,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36살의 누군가에게는 농구 시계의 끝을 알리는 버저 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보미는 자신
[루키=원석연 기자] 한국시간으로 5일, 댈러스 매버릭스와 시즌 첫 맞대결을 위해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 도착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로스터는 휑했다. 클레이 탐슨, 제임스 와이즈먼, 케본 루니, 마퀴스 크리스, 조던 풀, 알렌 스마일라직, 니코 매니언 등 이미 이탈한 7명 부상자 명단에 경기 시작 90분 전 전해진 에릭 파스칼의 무릎 부상 소식까지. 골든스테이트는 단 9인 로스터로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선수단의 줄부상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팀에게나 으레 찾아오는 불운이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의 이번 줄부상은 다
[루키=원석연 기자] 2021년, 오늘날 LA 레이커스와 올랜도 매직은 르브론 제임스와 니콜라 부세비치의 팀이지만, 그럼에도 유튜브에 ‘Lakers vs Orlando’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얼굴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맷 반스의 모습이다.2010년 3월에 열린 경기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이 더 된 경기 영상인데, NBA와 코비를 모르는 사람들도 인터넷 어디선가 봤을 아주 유명한 ‘볼 페이크’ 신경전이 있던 경기다. 코비의 레이커스와 드와이트 하워드의 올랜도가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던 시대였다. 바로 직전 시즌인 2009 파이널
[루키=원석연 기자] “골든스테이트의 이날 패배는 그들의 지난 시즌 시작을 연상케 한다. 만약 이게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겪을 일들의 신호라면, 워리어스는 지난 시즌만큼 비참할 수도 있다.” - 더 머큐리 뉴스개막전과 크리스마스에 이어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98-123으로 대패할 때만 하더라도, 스테픈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포스트업을 시도하다 트랩에 갇혀버린 베이스라인의 선수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는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을 캐리할 능력이 없는 선수”, "파이널 MV
[루키=원석연 기자]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었다.“파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선을 잘 압박해줬습니다. 종아리부상으로 한동안 쉬다가 첫 경기였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줬습니다.” 유도훈 감독“우리 팀에서 활동량이 제일 많은 선수예요. 형이 투입될 때 잘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고… 덕분에 제가 파울트러블에 걸렸어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잘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김낙현“우리 팀의 진정한 에이스예요.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들어줘요. 제가 뭘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항상 벤치에서 먼저 나와 하이파
[루키=원석연 기자] 2013년 2월 24일이었다.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외환과 청주 KB스타즈의 시즌 최종전은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외환은 이미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상황, 반대로 KB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황.그러나 여자농구 3점슛의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날 경기는 무척이나 중요한 경기였다. 3쿼터 종료 1분 54초를 남기고 교체 투입된 하나외환의 신인은 투입과 동시에 김지윤의 패스를 받아 왼쪽 45도에서 캐치앤슛을 시도한다. 높은 포물선을 그린 공은 그대로 림을 통과했고
[루키=원석연 기자] 2007년 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한 대릴 모리는 휴스턴 로케츠에 단장으로 부임했다. 지금이야 비농구인 단장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모리 단장은 NBA 최초의 비농구인 분석가 출신의 단장이었다. 그야말로 파격.그러나 2007년의 NBA는 33살의 풋내기 그것도 분석가 출신 단장의 숫자놀음에 관대할 리 없었다. 평생을 코트에서 보낸 선수들이었기에 이러한 저항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 모리 단장이 부임하고 1년 뒤인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3순위 픽으로
[루키=원석연 기자] “내게 있어 1차전은 언제나 탐색전(feel-out game)이었습니다. 내 자취를 따라온 사람이라면 알 수 있어요.”지난 2018년 5월이었다.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83-108로 패배한 뒤 르브론 제임스의 멘트였다.르브론의 이날 1차전 기록은 처참했다. 팀 내 트리스탄 탐슨(17점)보다 낮은 15득점에 야투율은 31%에 그쳤다. 3점슛은 5개를 던져 모두 실패. 턴오버는 무려 7개에 달했다. 보스턴의 턴오버 총합이 9개였으니, 이날 르브론의 1차전 부진과 대패는 앞으로의 커리어가
[루키=원석연 기자]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이었다. 다른 3개의 1라운드 시리즈가 모두 탑독의 4-0 스윕으로 싱겁게 끝난 가운데, 동부 컨퍼런스에서 유일하게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간 8위 올랜도 매직은 5차전에서 멋진 뒤집기 한판을 위해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날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상대 팀이었던 밀워키 벅스의 선수단이 경기 시작 직전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최근 위스콘신주에서 벌어진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 피격 사건에 대한 항의 메시지였다.ESPN에 따르면, 이 보이콧은 선수단 전체의 합의에 따른 계획적
[루키=원석연 기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한국시간으로 7월 31일 열린 유타 재즈와 경기에서 104-106으로 패배했다. 버블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경기,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올리언스는 1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결과만 놓고 보면 그다지 충격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뉴올리언스는 서부 4위 유타에 13경기 뒤처져 있던 9위 팀이었으며, 그들은 올 시즌 마지막 2분 이내 3점 차 클러치 승부에서 7승 18패를 기록 중인 전형적인 약팀이었다.(유타 17승 8패)주전 포인트가드는 13개의 슛을 던져 2개 성공
[루키=원석연 기자] 현지시간으로 2016년 6월 22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거리에는 무려 130만 명의 시민이 운집해 있었다. 이날은 1964년 이후 야구, 축구, 농구, 풋볼 등 모든 메이저 스포츠에서 우승이 없었던 ‘패배의 도시’ 클리블랜드에서 52년 만에 우승 축하 퍼레이드가 열리는 축제의 날이었다."이 도시와 당신들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카고 불스의 72승을 넘어 73승을 달성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꺾고, 마침내 마이클 조던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르브론 제임스가 시